[최저임금 1만원] 업종별 영향 추정해보니..."편의점·피자가게·커피집 적자 전환"

편의점 월 평균 영업익 2015년 155만원→2020년 -108만원 자영업 구조조정 촉발 가능성…영세 업체 집중 예상 경쟁 치열해 가격 전가 어려워…인플레 효과 낮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 수단으로 삼으면서 대규모 자영업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자영업에 집중돼있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 대로 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4.6% 높은 시급 1만원으로 오르면, 과중한 인건비 부담에 이들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강도다.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경제 전체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견딜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에 관한 논쟁에서 최저임금을 높일 경우 자영업의 퇴출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는 지 연구는 많지 않다. 오랫동안 진행되는 사업체 퇴출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만을 따로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최근 미시자료를 활용한 관련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자영업 실태 조사가 어렵다는 난점까지 겹친다.

조선비즈는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를 활용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으로 오를 경우 평균 영업이익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추정했다. 프랜차이즈가 해당 업종의 다른 자영업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다고 본 셈이다. 프랜차이즈 통계는 각 업종별 가맹점 1곳 당 매출, 영업이익, 종사자수가 포함되어있다.

분석은 매년 1인당 인건비는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오르고, 1인이 주 44시간 노동한다고 가정하고 진행했다. 가맹점의 매출이나 비용 구조 변화는 없다고 가정했다. 편의점 등 2015년 이익이 급락한(-17.0%) 업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매출 및 이익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가맹점주의 노동에 따른 기회비용을 살피기 위해 가맹점주까지 포함해 인건비 변화를 봤다.

그 결과 여러 업종들이 2018년부터 평균 월 영업 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은 2015년 월 155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으나, 2018년에는 76만원으로 급락했다. 문제는 2019년이다. 2019년 -10만원, 2020년 -108만원으로 적자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자본을 투입해놓고도 내년에는 가맹점주나 그 가족의 인건비를 제외한 이득이 거의 없고, 이듬해 부터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커피전문점의 월 평균 영업익도 2015년 176만원에서 2018년 91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2020년에는 월 108만원 적자를 보는 게 ‘평균’이 된다.

다른 자영업 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피자·햄버거(105만원), 분식·김밥(126만원), 치킨(146만원), 주점(143만원) 등 요식업종 가운데 상당수가 2018년부터 월 평균 영업익이 150만원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피자·햄버거 업종의 월 평균 영업익은 -141만원으로 적자전환한다. 상대적으로 인원을 많이 쓰는 일식·서양식(5.8명)의 경우 2015년 월 평균 273만원을 벌었지만, 2019년 155만원으로 뚝 떨어지고 2020년에는 119만원씩 적자를 본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업종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인건비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轉嫁)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판매 가격은 그대로인 채 비용만 올라가면서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초과 인상분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한시적인 것인 데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 능력이 급락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대거 폐업을 것은 시간문제다.

◆美 연구팀 “최저임금 인상 타격, 맛집 평점 낮은 식당 집중”

지난 4월 하버드대 경영대가 발간한 ‘적자생존: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퇴출에 미친 충격’이란 제목의 작업보고서(working paper)는 최저임금 인상이 차등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을 야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논문을 쓴 마이클 루카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와 다라 리 루카 미 수리정책연구소(Mathematica Policy Research) 연구원은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15개 도시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2008~2012년 식당 폐업률을 분석했다. 이 논문은 미국 맛집 평가 서비스 옐프(Yelp)의 식당 평가 자료를 이용해 맛집 평점과 폐업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점수인 3.5점을 받은 곳의 경우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폐업률이 13.8%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고점인 5점을 받은 식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신규 식당 창업률은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루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식당들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적응할 수 없는 식당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퇴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가 한국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전반적인 근로자 임금을 끌어올리고, 물가상승률을 높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자영업 퇴출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실질적인 최저임금 상승폭이 그만큼 작아지는 데다, 판매 가격을 인상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결국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만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이 2016년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 근로자가 일부 업종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각각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의미다.